내려다보는 삶이
괴롭고 슬픈 날
산을 오른다
산은
언제나 정상에 이르러서야
사랑과 용서의 길 일러주지만
가파른 산길 오르다 보면
그 길이 얼마나 숨차고
벅찬 일인지 안다
돌아보면 내 걸어온 생의
등고선 손에 잡힐 듯
부챗살로 펼쳐져 있는데
멀수록 넓고 편해서
보기 좋구나 새삼
생각하노니
삶이란
기다림에 속고 울면서
조금씩 산을 닮아가는 것
한때의 애증의 옷 벗어
가지에 걸쳐놓으니
상수리나무
구름 낀 하늘 가리키며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길 보챈다
- 북한산에 올라 _ 이재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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