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書..──────•/▣…일곱색깔글숲

미칠 수 있겠니..

yeonpa(정지예) 2011. 8. 17. 17:23

 

 


당신 생각을 아주  많이 했어요.

당신과 함께 있는 꿈도 아주 많이 꿨고요.

늘 당신과 물속에 있는 꿈이었어요.

물속에서 내가 당신의 손을 잡고 있었죠.

꿈에서 깨어나도 그 손의 체온이 남아 손바닥이 따뜻했어요.

 

......

.....

 

돌아오겠다는 당신의 말 믿었어요.

지진이 난 후, 난 믿고 싶은게 많아졌어요.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모두 보고 난 후에

그래도 남은 게 믿음이란 거, 생각해보면 우스워요.

그러니까 어쩌면 믿음은, 그냥 삶인 건지도 모르지요.

죽음이 너무나 가까운 삶이지만,

어쩌면 삶이란 죽음의 가벼운 옷에 불과할지도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살겠다고  생각했고,

살아있는 한은 이 삶을 믿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당신이 그리웠어요.

 

당신도 내 말을 믿어주세요. 당신이 그리웠어요.

 

......

......

 

당신이 나를 찾아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당신이 누구도 더는, 찾아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당신을 기다리기 위해 서 있곤 하던,

부서진 벤치가 있던 자리,

그곳에서 방금 떠난 당신의 체온이 느껴지곤 했어요.

당신도 그랬을까요.

내가 당신을 기다리던 곳에서 내 체온이 사라질때까지

나를 기다렸을까요.

그랬을 거라고 믿었어요.

만나면 무슨 말을 할 생각인지,

무엇을 할 작정인지는 몰랐어요.

이렇게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

세상의 모든것이 변하고,

모든것이 다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지금,

당신을 만난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어쩌면 지금이니까

할 수 잇는 말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더라도 우리,

말은 나중에 해요.

내가 당신의 손을 잡을게요.

내가 그냥 당신의 손을 잡을게요......

 

- 미칠 수 있겠니 中에서 -


 

 

 

 

 

 

 

 

 

 

 

 

7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