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팔도 다리도 없으니 당신을 잡을 수 없고
잡을 힘도 마음도 내겐 없답니다.
팔과 다리가 있고 힘이 있는
당신이 내게로 오셔주세요.
다리가 없으니 잡을 수 없고 잡을 힘도 마음도 없다고
어쩌면 나의 기다림이란 것은 늘 그런 형편일 것이다.
마음의 자로 상대의 마음을 재보고
꼭 그 마음만큼만 내 마음을 주기로 하고
그 마음이 줄어들면 내 마음도 줄인채
기다린다. 다시 그마음이 늘어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기다리는 일밖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가끔 그 기다림이 너무 오래 되면 내 마음을 차곡차곡 접어 깊은 서럽속에 넣어둔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르면 서럽을 열고 접힌 마음들을 꺼내 버리기도 한다.
받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는 건 손해라는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닐 거다.
원하는한 마음을 쓰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니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건 나만의 대단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얼마든지 사랑해도 좋다고 말해주지 않는 이상.
다리가 없는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기다릴 뿐이다.
기다리는 것이 오지 않으면
슬퍼하면 그만이니까.
그 슬픔은 누구에게도 폐가 되지 않을 테니까.
- 황경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