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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사진은 무엇입니까?
사진은 소통입니다. 사진은 마음으로 읽혀지는 독서입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대상 앞에서 허튼 순간을 보내지 않았던 진실의 기억들입니다. 스스로 내게 나의 삶에 있어서 그간의 사진이 무엇이었냐고 또 앞으로 남은 삶에 있어선 무엇일거냐고 질문합니다. 진작에 내게 스스로 질문을 했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애써 외면했을지도 모릅니다. 구태여 정의를 내리고 구획을 만들어 그 틀 안에 어느것도 가두어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이제와 새삼스레 사진이 무엇이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니 남겨진 이미지들 속에서 나의 삶이 보입니다. 대상 앞에서 단 한 순간도 허튼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그럭저럭 봐줄 만한 사내의 모습이 하나 보입니다. 그렇게 만들어 온 이야기들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기고 그 이야기들은 다시 세상과 조용한 소통을 시도합니다. 사진이 현실에서 이미 복제되어 버린 시뮬라크르simulacre에 불과하다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사진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의 말입니다. 복제된 이미지들은 다시 새로운 형태의 언어로 읽히고 또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니까요. 그리고 사진은 끊임없이 우리의 기억을 장려합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또 현재에서 미래로 우리의 기억을 이끌고 그 기억보다도 더 깊은 곳에 자리한 무수한 감정들에 색인을 달아줍니다. 그래서 언제든 이미지에 연동된 감정을 우리는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사진은 이렇게 사람들의 삶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보존하며 감정의 색인을 통하여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각적으로 받아들여진 이미지의 정보가 정리되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주변에서 미쳤다라 표현 합니다. 이미지화 된 감정의 색인이 없기 때문에 현실과 과거와 미래를 분간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확률이 큰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지가 정리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고 사진을 감상하며 정리하는 연습은 그래서 매우 가치있어 보이는 것입니다. 나는 내게 사진이 무엇이었느냐고 질문을 하며 이런 새로운 생각들에 접근 합니다. 기회가 되면 좀더 생각을 발전시켜 볼 작정이지만 지금 내게 사진은 대상과의 소통, 세상을 이미지로 읽어내는 독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자신에게 진실할 수 있었다는 이 세가지 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합니다. 나는 나의 피사체, 그것이 자연이든 도시든 사람이었든 간에 늘 그들과 함께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니 내 사진들엔 이야기가 담겨 있군요. 하나의 세상과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이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과 또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물론 그 안에 나도 함께 존재합니다. 나는 끊임없이 복제행위를 하고 있지만 그런 나의 삶도 그리고 복제된 수많은 그들의 삶도 모두 함께 가치있는 과거였고 현재이며 미래입니다.
사진전의 심사위원을 위촉받을때 마다 고민했습니다. 내가 과연 어떤 기준으로 그 많은 사람들의 복제된 시간들 속에서 좀 더 가치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이젠 누구나가 읽을 수 있는 사진, 그래서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사진, 그리고 가슴 한 켠이 기쁘거나 슬프거나 그런 짠한 감정의 색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진을 좋은 사진이라고 뽑겠습니다. 며칠전 한성대학교 신문사 사진전 심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국토해양부 사진공모전에 심사를 들어갑니다. 존함 높으신 주명덕 선생님과 함께 심사를 맡게 되어 이런 고민을 잠시 했습니다. 작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사진공모전 심사 때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모두 오랜시간 사진을 바라보았는데 나는 겨우 십여분 만에 심사를 끝내고 자리를 빠져나와 버렸습니다. 교만했지요. 출품자들이 담고 싶었던 그리고 대상에게 이야기를 걸고 싶었던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서툰 기술과 사진을 조작한 진위여부만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엔 한 장 한 장을 겸손한 마음으로 심사하려 합니다. 렌즈 밖의 세상 뿐만 아니라 렌즈 안의 그들의 생각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부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맑은 눈과 마음을 간직하고 심사장으로 들어갔으면 합니다. 탁한 눈 그리고 그보다 더 탁한 마음으로는 좋은 사진을 구별해 내지 못할 테니까요. 이야기의 진실에 귀기울이지 못할 테니까요.
출처 : http://blog.naver.com/lifean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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