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書..──────•/▣…일곱색깔글숲

바람 _ 권영옥

yeonpa(정지예) 2012. 1. 30. 14:37

 


바람 _ 권영옥

 

가을은 고요히 무르익어 가고

삼라만상은 터질 것만 같은데

나뭇잎이 하나 둘 작별을 고한다

어떤 것은 뱅그르르 곡예를 하고

어떤 것은 미련 없이 뚝 떨어진다.

 

 

나무는 여름내 거느리던 많은 일들을

새봄의 또 다른 잉태를 위해

아낌없이 버려야 하는데

처음엔 애석한 듯 드문드문 하다가

막판엔 성가신 듯 마구 흩뿌린다.

 

 

 

이른 봄 새잎으로 날적에는

어느 것 하나 뒤 처질세라

단번에 활짝 돋았는데

 

 

 

돌아갈 적에는 저마 시시각각이다

본래 순서를 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나무가 그러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바람이 그랬을 뿐이다

 




 

8003

 

 

'•─ 書..──────• > ▣…일곱색깔글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 악  (0) 2012.06.22
더욱 더 행복해져야 해요  (0) 2012.05.17
주관적 진실 _ 허 효순  (0) 2012.01.19
인연의 잎사귀 _ 이해인   (0) 2012.01.10
초록별  (0) 201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