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를 읽다보면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어린 꽃송이 하나가 나타난다. 동물도 탐을 냈다는 한국의 아프로디테, 수로부인이다. 그녀는 난숙할 대로 난숙해진 신라 문화의 한떨기 꽃이기도 하다.
아미엘은 그 일기에서 그 나라의 민족성을 알려면 우선 그 나라의 여성을 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어느 나라에나 상징적인 미(美)의 한 여인이 있다. 그리고 그 여인은 한 문화의 정신적인 결정으로서 형상화된다. 그리스에는 아프로디테가 있고, 아프로디테의 미는 곧 헬레니즘의 화신이다. 역시 헤브라이즘에는 성모 마리아가 있다. 그녀는 헤브라이즘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육체를 숭배한 그리스인들은 균형잡힌 아프로디테의 미모에만 미의 생명을 부여하였다. 오늘날 미스 유니버스의 선발 기준이 되어 있는 팔등신이란 고대 그리스의 아프로디테의 조상(彫像)에서 따온 기준이다. 풍만한 육체는 하나의 물체와 마찬가지로 조형적인 미, 가장 이상적인 조화와 균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화에 의하면 그녀는 한없이 푸르른 지중해의 물거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 장면을 상상해서 그린 보티첼리의 그림을 보더라도, 아프로디테는 발가벗은 나신(裸身)은 바다의 물결처럼 싱싱하다.
아프로디테의 순결은 도덕적인 데가 있지 않다. 오로지 육체미의 순수한 아름다움, 그녀의 마음이 착하냐 아니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허리의 곡선, 신체의 등분, 유방의 볼륨, 이런 것이 잘 어울리느냐 않느냐에 있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헤브라이즘이 빚어낸 성모 마리아는 지나치게 영적이다. 성모 마리아의 신비한 미는 그녀가 눈을 숙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동정녀이다. 현실적인 티끌이라고는 하나도 묻어 있지 않는 순수한 영적 존재이다. 영(靈)의 세계에 이상을 둔 헤브라이즘적인 미녀는 이렇게 윤리적이며 정신적인 숭고성으로 채색되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의 상에 나타나는 마리아는 어느 정도 그리스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으나 육체가 없는 신성한 동정녀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로부인은 어떠한가? 그녀도 아프로디테처럼 바다와 관계가 깊다. 지중해에서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면, 수로부인은 동해를 등지고 서있을 때, 가장 아름다웠다. 우리는 이 여인을 상상할 수 있다. 유난히도 맑고 푸른 동해 바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검은 머리카락이 해풍에 몇 오라기 흐트러져 날리는 것을, 그리고 수줍게 여민 치맛자락이 바람에 접힐 때마다 숨어 있던 싱싱한 육체의 곡선이 부각되는 것을... 아프로디테처럼 그녀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마리아처럼 영적이고 현세를 떠난 극단적인 순결만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비록 수동적이기는 하였으나 용(다른 남자)에게 끌려 바다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솔직히 말해서 <삼국유사>에 그려진 수로부인은 수상한 점이 많다. 적어도 수절형은 아니다. 음란한 데가 없지도 않다. 그리고 바로 그 음란한 것으로 해서 수로부인은 우리에게 한층 가까운 인간적인 매력을 풍겨준다. 해룡(海龍)에게 붙잡혀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온 수로부인의 몸에선 이상스러운 향기가 풍기었다. 바다에서 다시 나온 수로부인은 한층 더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다. 바다와의 밀통(密通)! 우리는 여기에서 바다의 거품 속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의 육체를 연상한다.
출처 :
절벽위에 아름답게 핀 주황색 원추리 꽃을 보면서 수로"부인을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살면서 한번쯤.... 행복한 여인 - 수로부인이 되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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