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15년8월9일 - 설악산(풍경의 색채와 새벽 눈썹달이 기억될...)
2015년8월9일 - 설악산(풍경의 색채와 새벽 눈썹달이 기억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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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촉감은 차고 서늘한 것이 상쾌하고 쾌적했다.
내 모든 것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스윗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잡목 우거진 길을 걷는다. 이슬인지 빗물인지 모를 잎새에 맺힌 방울방울 물방울들을 스치며 지나간다. 바지가 젖는다.
한 시간 남짓 걸었을까. 너덜겅의 전조가 시작된다.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조심스럽게 발디딤을 한다.
황*봉 너덜겅 초입 중간부에서 예정대로 일출을 보기로 한다. 커다란 바윗덩어리 하나씩 챙겨 바람막이로 또는 커다란 방석삼아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 해드렌턴 불빛을 끄니 고요한 새벽을 만나게 된다. 하늘에는 별들이 초롱초롱 무한 반복 빛을 내리고 어여쁜 눈썹달은 내 마음안에 시리게 와 앉는다. 어쩌자고 눈썹달은 그리 떠서 사람맘을 어지럽게 흔드는지.
동쪽하늘에 여명의 띠가 둘러지고 점점 붉은 물이 들어갈때 작가님들의 부산스러운 움직임 ~ 삼각대 펼치고 카메라 셋팅하는데,
연파님 어딨느냐고, 사진 안 찍냐고, 그때서야 부시럭부시럭 카메라 꺼내들고 지기님 옆으로 간다. 일출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막막하고 팍팍하다. 지기님한테 묻는다. 셋팅을 어떻게 하느냐고, 사진을 잘 찍으려면 한석봉어머니가 불빛 없이도 가지런하게 떡을 썰어 냈듯, 카메라도 능수능란하게 눈감고도 셋팅을 해야 한다는데, 이건, 뭐, 완전, ~~ ㅜㅜ 불상타..(최남선님이 초역한 레미제라블 제목처럼 '너참불쌍타')
너덜겅을 지나 버티고님이 비박했다는 곳에서 조망권을 노려봤는데, 글쎄, 바람이 몰고 온 안개.구름떼가 산을 덮어버렸다. 보여주기를 거부한다. 거부할때는 기다리거나 진행하거나. 선택은 둘중에 하나. 진행하기로 한다.
저항령으로 가는 길에 동자꽃, 참취꽃, 참나물꽃, 모싯대, 잔대꽃, 단풍취꽃, 기타등등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야생화 천국, 화원이다. 지금 설악산은..
작년 가을에는 저항령에서 길골로 하산을 했는데, 오늘의 코스는 직진이다. 또 다시 만나는 너덜겅. 너덜겅 끝나는 지점 봉우리에는 지난 7월26일 대청에서 보았던 바람꽃이 시선을 끈다. 그리고 보라색 솔체꽃 그리고 산오이풀꽃들이.... 저항봉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꿀맛이다. 식사 후, 저만큼 보이는 마등봉을 향해 걷는다. 조망터에서 바람을 맞기도 하면서 ... 마등봉에 올라서니 설악의 중심이 바로 이 여기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고 조망도 가없이 좋고 ~
인생에서, 정상에 서게 되면 내려가는게 두려워 바등대며 한사코 정상에 있으려 애쓰는데 산정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고 빠르게 발길을 돌리는지... 조금만 더 있다가 가지..
마등봉찍고 내려오는길에도 며느리밥풀꽃하며 각색의 야생화들이 길손들에게 수줍게 인사한다. 이쁘다를 연발하며 마등령에 도착 공룡능선과 오세암 갈림길에서 지금까지 걷던 길과는 다른 고속도로를 만난다. ㅋㅋ 지금부터는 사찰 투어가 시작된다. 오세암을 시작으로 영시암 백담사.. ㅋㅋ
오세암에서 유혹에 빠진다. 오세암 만경대를 한번도 안가봤으면 가봐야 한다고, 만경대에서의 조망은 용아능과 공룡능이 펼쳐지는데 그풍경의 색채을 느껴봐야 한다고. 오세암에서 무료서비스하는 달달한 커피도 마셨겠다 ~ 그 커피 에너지를 활용하기로 맘 먹고 유혹을 기분좋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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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황철봉(너덜겅)에서
희미한 눈썹달빛 아래서 커다란 바윗돌 하나씩 챙겨 앉아 해돋이를 기다리는 차분이 설레는 心 새벽풍경의 색채, 한뼘 높게 자리한 무한반복의 반짝임 星 시선 반대편, 붉게 띠를 만들며 물들이는 동쪽 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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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봉~저항령으로 가는 길 해무리지고, 햇귀(해가 처음 솟을 때의 빛)가 물들이는 하늘색. ...dreamy한 색채의 분위기...이몽가몽 ~ 몽환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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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령~저항봉~마등봉~마등령 여름아닌 듯 가을인 듯, 여름인 듯 가을인 듯. 여름이 서성거리고 가을이 기웃거리는, 지금, 설악은 가을느낌, |
↓설악산은 야생화의 화원 여름꽃은 지고, 가을꽃이 피더라. 초점잃은 꽃의 분위기. 카메라 셋팅시 수동초점으로 맞추고 마구 셔터누르면 되더라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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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등령~오세암~만경대~백담사~용대리 어찌하다 보니 사찰투어?가 되어 버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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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대에서
오세암
나는 그런 여자가 좋다
나는 적당히 슬픔을 가진 여자가 좋다.
적당히 볼륨을 가진 슬픔.
그러나 그 슬픔이 자신을 짓누르지 않는, 슬픔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녀가 좋다.
자신이 가진 역사가 슬픔이든 격정이든 아쉬움이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즈음.
흔들리는 바람에도 리듬을 타는 참....... 따뜻한 나이.
광폭한 벌판을 달려온 소녀가 비로소 평화로운 대지에 다다랐을 때,
그 즈음 여자는 알맞게 아름답다.
너무 튀지도, 너무 지치지도 않은 성숙한 눈빛으로 세상 앞에 선다.
그리하여 삶의 슬픈 언덕을 한 고비 건너온 그녀를 사랑한다.
작은 울타리에서 걸어나와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그녀를 사랑한다.
남자를, 여자를, 아이를, 노인을, 들과 바람과 풀과 꽃을 사랑할 가슴이 있는 여자,
세상을 애틋한 눈길로 거둘 수 있는 사람,
그녀야말로 사랑을 말할 자격이 있으니.
네이키드소울 중에서 발췌